예수님 일행이 선교의 본부인 갈릴리 가버나움을 떠나 사마리아를 거처 예루살렘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누가는 여기서부터 19장 27절까지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가시는 예수님의 구원 사역과 가르침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이 부분을 ‘예수님의 예루살렘 여행기사’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 다루는 큰 주제는 구원에 관한 예수님의 포괄적인 가르침과 제자도에 관한 것입니다. 본문은 예수를 따르려는 세 종류의 제자 지원자에 대해서 전해줍니다.

예수님 일행은 사마리아에서 냉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화가 난 요한이 하늘로 불을 내려서 사마리아 사람들을 태워 죽이고 싶어 했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제자에게 구원 사역에 대한 본질을 가르쳐주십니다. 예수님의 구원 사역은 구약의 엘리야 시대처럼 언약에 불순종하는 자에게 불의 심판을 쏟아 붓는 사역이 아니라, 원수까지도 구원하는 사역임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모름지기 제자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이 있더라도 하나님의 심판이 내리기를 원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며, 원수까지 구원하시려는 예수님의 마음을 본받아야합니다.

사마리아에서의 냉대 속에서도 예수를 따르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마태는 이 사람이 서기관이라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따를 때, 장래의 비전이 보이고 자기 일생을 보장해줄 만한 사람을 따르려 합니다. 그러므로 냉대 속에서도 따르려는 마음은 가상히 여길 만합니다. 예수님은 자기를 따르려는 자들을 통해서 제자도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십니다.

제자가 되는 것은 이른바 문화생활의 일부 정도로 생각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남으면 조금 신경 쓰게 되는 취미생활도 아닙니다. 제자가 된다는 것은, 다른 모든 것을 제쳐놓고 예수를 따르는 일이고, 하나님 나라의 일을 최우선순위에 두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를 따르는 데 있어 보상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라는 말은 예수를 따르는 자의 삶이 여차하면 들짐승보다 못한 노숙자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를 따르는 삶은 세상적인 시각으로 볼 때 매력이 없습니다. 풍요를 추구하고 안락함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지극히 비호감적인 삶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길은 영광과 권세를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철저히 낮아지고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좁은 길의 삶입니다.

그러나 주님을 따르는 자들이 생활의 보장을 받지 못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자도의 우선순위를 이야기하기 위해 과장법을 사용하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면, 생활의 기본은 하나님이 책임져 주십니다(마 6:33). 하지만 생활의 보장을 위해서 제자가 되려 한다면, 그것은 큰 착오인 것입니다. 설령 내가 주님을 따르다가 노숙자의 삶을 살게 될지라도, 나는 이 길을 걸어가겠다는 심정으로 예수를 따를 때에야 그 다음을 주님이 책임져 주신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예수께 따라 오라고 명령받은 자가 핑계를 대면서 주저하는 이야기를 통한 제자도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저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해 보입니다. 주저하는 자는 먼저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따르겠다 합니다. 모든 나라에서 아버지의 장례는 최우선입니다. 산업전선에서 일하는 직장인도, 나라를 지키는 군인도, 시험을 앞둔 학생도, 그 무엇도 아버지의 장례를 모시러 가는 길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아버지의 장례는 어디서나 최우선순위에 두는 항목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일보다 주님을 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죽은 자들로 자기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너는 가서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라’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사회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 있습니다. 만일 목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목회가 바쁘다고 장례에 참여하지 않으면, 가족, 친척, 이웃들에게 복음의 문을 막게 하는 것이 되고야 맙니다. 이 말씀은 다른 무엇보다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는 사명을 중요하게 여기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제자라면 그에게 맡겨진 사명을 최우선순위에 두는 자가 참 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는 아버지의 장례와 함께 가족과의 작별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 사람은 옛날 엘리야의 부름을 받은 엘리사가 가족과 작별하는 사건을 생각하고 허락을 구했을 것입니다(왕상 19장). 그런데 예수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를 따르는 일이 옛날 엘리야의 부름을 받은 엘리사의 일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는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지 아니하니라’ 하시면서 제자도에 대한 결론을 내리십니다. 즉 한 가지 목표를 정해서 가는 사람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마음이 나누어지면, 처음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 나라 임재의 긴급성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자는 오직 그 일에 올인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소중히 여기라는 것입니다.

제자가 되는 일에 있어 여러 가지 궁핍함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안락하고 안정적인 삶으로부터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세상에서 가장 긴급한 일이고 최우선적인 일임을 예수님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과연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이런 신앙을 찾아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 나눔 

1. 예수를 따르려는 자에게 예수는 어떤 자세를 요구했습니까?

2. 예수의 제자도에 비추어 볼 때 나는 그의 제자입니까?

3. 금년에 내 삶의 최우선순위는 무엇이었습니까? 그리고 2020년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