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례를 보복의 도구로 사용한 자들. 창 34:1–17

  창 34장에서는 불완전한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가장 지저분하고 부끄러운 일들이 가득합니다. 강간, 분노, 속임, 언약의 상징인 할례의 오용, 집단 살인, 탐욕으로 인한 탈취, 자기중심주의로 인한 가족 전체를 위기에 빠트리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이런 지저분한 이야기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함께 묵상해 보려 합니다. 먼저 성경 말씀은 신화처럼 미화된 것이 아니라 사실적인 이야기를 바탕 했다. 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곱 가정이 세겜 성읍 가까이 숙곳에 장막을 치고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예상치 못한 딸 디나가 강간당하는 사건을 겪게 됩니다. 인간은 이런 일을 당하면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분노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감정적으로 대처함으로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레아가 야곱에게 낳은 딸 디나의 나이가 한 약 13-15세가량 되었을 때로 추정합니다. 당시 근동에서의 여자들은 12세를 전후로 하여 혼인하였기 때문에 디나의 나이를 이 정도로 추정합니다. 디나는 그동안 밧단아람이란 문화 속에 살았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가나안 문화에 정착하게 되었기 때문에 가나안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땅 여자를 보러 세겜 성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때 세겜 추장이 디나를 강간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추장 세겜은 당시 부족사회에서 개인의 생사(生死)를 주관할 만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통치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세겜은 자기 땅에 체류하는 처녀들을 임의로 취하여도 무방하다는 특권 의식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디나를 보고 첫눈에 반하여 자기의 권력으로 강제로 끌어들였거나 아니면 감언이설로 유혹했을 수 있습니다. 창세기 저자는 세겜이 강간했다. 욕보였다는 표현을 통해서 그의 행위를 강하게 정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결혼하지 않은 여인이 보호자 없이 외출한다는 것은 자신을 위험에 노출 시키는 일이었기에 디나에게도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세겜은 디나를 강간 후 그녀와 정식으로 결혼하기 위해서 청혼 절차를 밝습니다.

  세겜의 간청을 보십시오. 아버지 하몰에게 디나를 내 아내로 얻게 하여 주소서 먼저 아버지의 허락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당시 근동의 결혼 풍습은 당사자의 의사보다는 양측 부모의 의사가 더 중요시되었습니다. 또 신랑 측은 출산과 노동력 등의 경제적 가치로서의 인원 손실을 당한 신부 측에게 상당량의 예물을 주어야 했습니다. 특히 후대의 율법에 의하면 처녀를 유혹한 남자는 강간을 당한 처녀와 결혼해야 함은 물론 보통의 경우보다 더 많은 예물을 보내야 했으며 후에 그녀를 내어 쫓을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출 22:15, 신 22:28-30).

  야곱이 딸디나가 욕을 당한 소식을 듣고 취하는 행동은 이렇습니다.

그가 더럽힘을 당한 일로 모욕감을 일시적으로 참습니다. 이 일을 야곱은 자기 혼자 결정하지 않고 들에 나가 양을 먹이는 장성한 아들들과 함께 상의하고 싶었습니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같은 마음을 품고 상의할 자식이 있다는 것은 다행입니다.

  지금 야곱은 이방 나그네이고 세겜은 그 지역의 추장입니다. 힘으로 비교하면 야곱 가정이 열세합니다. 이런 정황 속에서 야곱은 집안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책임이 비단 아버지에게뿐 아니라 오라비들에게도 있음을 암시합니다. 집안의 대사를 결정할 때 슬하에 장성한 아들들이 있으면 그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당시의 보편적인 현상이었습니다.

  하몰이 아들 세겜이 저지른 일을 해결하려고 야곱을 만나려고 찾아왔습니다. 야곱 가정을 힘으로 제압하거나 무례히 행할 수도 있지만 세겜 족이 일방적으로 사건을 처리치 않고 일부러 찾아가 정중히 청혼을 청했습니다.

  7절 들에서 돌아온 야곱의 장성한 아들들은 근심하고 심히 노하였습니다.

세겜이 행한 일은 이스라엘로 부끄러움을 당하게 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선민으로서의 이스라엘 가문의 명예와 자부심이 짓밟히는 수치스러운 사건이었습니다. 이것을 강조함으로 단순히 디나 개인에게 범죄 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에게 범죄 한 것으로 들어내고 있습니다.

  하몰이 디나를 세겜에게 혼인시키는 조건으로 야곱의 집에 제시한 약속은 어떤 면에서는 호감을 살 만한 관대함이 있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곱의 아들들은 세겜을 속여서 조건부 대답을 합니다. 세겜의 모든 남자가 할례를 받으면 결혼을 승낙하겠다고 합니다. 이 속에 숨겨진 집단 살인의 음모가 있습니다.

  야곱의 아들은 강간죄를 집단 살인으로 보복하는 더 큰 죄를 저지르게 됩니다. 보복은 더 큰 죄를 낳습니다. 오직 용서만이 죄를 멈추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