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나라를 이야기할 때에 ‘이미’와 ‘아직’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하나님 나라가 이미 임했다는 것과 그 임한 하나님 나라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다양한 비유로 설명하셨습니다. 작은 겨자씨 하나가 큰 나무가 되어 새들의 쉼터가 되었다는 겨자씨 비유는, 하나님 나라가 시작될 때에는 겨자씨처럼 작지만 그 나중은 엄청나게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적은 누룩이 가루 반죽에 들어가 전체 반죽을 부풀게 하는 누룩 비유는, 하나님 나라가 세상에 미치는 큰 영향력에 대한 말씀입니다.

예수께서 귀신으로 인해 벙어리가 되어 말 못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를 불쌍히 여기시고, 그를 괴롭게 하는 귀신의 권세를 추방시켰습니다. 그때에 귀신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던 사람의 입이 열리고, 그가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사람이 말을 못했으니, 얼마나 답답한 삶을 살았겠습니까? 마태는 이 사람이 말만 못한 것이 아니라 앞을 볼 수도 없는 맹인이었다고 전합니다.

복음서에서는 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 유대인들의 반응이 늘 뒤따릅니다. 기적이 기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논쟁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들은 놀랍게 여겼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귀신의 왕 바알세불의 힘을 입어서 그가 귀신을 쫓아냈다고도 했습니다. 바알세불에 대한 원문 읽기는 두 가지입니다. ‘베엘세불’과 ‘베엘세붑’입니다. 전자는 ‘집 주인’이란 뜻이고 후자는 ‘파리의 주’라는 뜻입니다. 뜻은 어떠하든지 본문에서는 귀신의 왕을 표시하는 별명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예수님은 기적에 대해 폄하하는 무리들에게 이렇게 말씀합니다. 스스로 분쟁하는 나라마다 황폐해지고 스스로 분쟁하는 집은 무너진다.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는 적입니다. 예컨대 애굽이 이스라엘 민족을 억압할 때 아들을 낳으면 죽이도록 했습니다. 그 이유는 어느 순간에 저들이 내분을 일으킬까 두려워서였습니다. 본문은 예수를 대항하는 사람들의 말대로, ‘예수가 귀신의 왕 바알세불을 힘입어 말 못하는 사람을 고쳤다면, 어찌 귀신의 나라가 든든히 서겠느냐’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같은 편이 왜 자기 편을 쫓아내겠느냐’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사람을 완전히 자기편으로 만들지 않겠느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수는 또 한 가지를 설명하십니다. ‘너희 아들들도 귀신을 내쫓지 않느냐’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너희 아들들’은 바리새인들의 제자들을 칭합니다. 저들 중에서도 하나님의 힘을 입어서 귀신을 축출한 자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도 역시 귀신의 왕의 힘으로 행한 것이냐’라는 뜻입니다. 예수께서는 이와 같이 저들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예수께서 행하신 기적은 바알세불의 힘을 입어 귀신을 추방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말 못하는 사람을 고친 것입니다. 20절에 예수께서 반대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만일 하나님의 손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낸다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 이 말씀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귀신이 쫓겨나간 곳은 하나님의 지배 아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지배 아래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 속에 있다는 것으로, 그곳에는 이미 하나님의 나라가 임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는 아직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이미 이루어진 하나님 나라의 특징입니다.

무엇이 다스리느냐에 따라서 그 지역이 달라집니다. 물질이 다스리는 세상, 쾌락과 정욕이 다스리는 곳, 힘과 권력이 다스리는 곳, 거짓과 욕망이 다스리는 곳, 신지식과 과학적인 세계관이 다스리는 곳, 이성과 지혜로 다스리는 곳, 사랑과 공의로 다스리는 곳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으로 다스리는 곳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하시는 일들을 기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예수를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도 있습니다. 본문은 예수를 반대하고 함께하지 않는 자들을 해치는 자로 규정했습니다. 예수님은 이 사건을 통해 내분이 일어난다면 그 나라가 망한다고 하시면서, 자신이 귀신의 왕의 힘으로 귀신을 내쫓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으로 귀신을 쫓은 것이라 가르치십니다. 이렇게 된 것은 지금까지 귀신이 강한 자로서 그 사람을 지배했지만, 귀신보다 강한 하나님께서 귀신을 무장해제시키고 귀신 들린 사람을 해방시켜 주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능력으로 귀신이 나가고 고침을 받았다면, 그곳에는 하나님 나라가 이미 임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24-26절의 말씀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교훈을 줍니다. 귀신이 나간 마음이 비어져 있을 때의 위험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비어 있으면 문제가 일어납니다. 기독교의 영성은 비움의 무소유가 아니라 채움의 영성, 충만의 영성입니다. 그리스도인의 마음은 그리스도로 가득 채워져야 합니다. 성령과 말씀으로 채워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비어 있으면, 언제 귀신이 다시 악한 것을 데리고 들어올지 모릅니다. 선한 것이 가득함으로써 악한 것이 들어올 틈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마음에 그리스도를 모시어, 그의 다스림 속에서 기쁨으로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복이 임하시기를 바랍니다.

3. 내 마음에 악하든지, 선하든지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입니까?